칼럼 (2024): 식당에서 대표기도하는 일을 그만 두십시다칼럼 (2024): 식당에서 대표기도하는 일을 그만 두십시다

Posted at 2024. 12. 5. 19:54 | Posted in 3. 천국/3.1. 하늘나라 펼쳐 내기

 

 


한국교회는 왜 일반 시민들에게 무례한 집단이 되어서 전도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요? 저는 두 가지를 주저하지 않고 꼽습니다. 


첫째는 지하철에서 무례하게 전도를 하던 자칭 열심 전도당원 양반들 때문이고, 둘째는 일반 시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적 장소인 식당이나 카페에서 목사들이나 성도들이 함께 모였을 때 옆의 다른 손님들은 전혀 배려하거나 생각하지 않은 채 큰 소리로 대표 식사 기도를 하는 여러 목사 양반들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엊그제도 우리 노회 소속 목사들이 발표하시는 세미나가 있어서 수원에 갔다가 점심과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그런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본수원갈비>라는 어마어마하게 큰 식당에서 갈비탕을 서른 네 명이서 먹게 되었는데, 그 큰 홀에서 테이블이 옆으로 길게 쭉 늘어져 있는 예닐곱 개 테이블에 자리잡았던 터라 이쪽에서 저쪽까지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는데도, 우리 시찰회의 어느 목사님께서 옆 테이블의 손님들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마치 우리가 그 홀을 전세낸 듯이 큰 소리로 기도하셨습니다.  


오후 너다섯 시쯤에 강의가 끝나 <개성손만두 수원월드컵점>에서 만두전골로 저녁을 또 먹게 되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식당이어서 다른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계셨고 새로운 손님들이 입장을 하던 곳이었는데, 그곳에서도 식사를 사신 목사님이 이리저리 다니며 다른 손님들이 계시는데도 큰 소리로 이야기하셨고, 마침내 음식이 나오자 어느 목사님을 지정하여 그분이 일어서서 큰 소리로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손님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분들과 같이 그 작은 홀에서 식사를 하고 계셨는데 말입니다.  


자신들이 행복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예수님...', '김 목사!', '박 목사!', '○○교회' 하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시끄럽게 하더니, 한참 후에는 갑자기 식당을 전세낸 것처럼 큰 소리로 기도하는 사람들을 대하게 되는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딱 두 가지입니다. 


첫째, 기독교인들이, 특히 목사라는 사람들이 참 무례하구나 하는 것이고, 둘째는 목사들도 음식 한 그릇을 사면서 참 복을 많이 내려달라고 하는 기복신앙의 화신들이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서른 명쯤 되는 사람들의 밥값이니 30만원, 50만원 등으로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그러니 사도 바울 선생도 로마서 마지막 장에서 자신과 교회의 식주인(食主人)이었던 가이오에게 문안 인사를 했던 것이겠지요 (신약, 로마서 16: 23). 우리 신앙이 지금보다 더욱 성숙해져서 밥이나 커피를 사는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동료들이나 이웃들을 섬길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재밌는 말로 우리나라에서 식당 사장, 카페 사장, 미용실 원장, 택시 드라이버들은 절대로 교회 안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미용실 원장이나 택시 드라이버는 기독교인들의 이중적인 사생활이나 교회의 안 좋은 얘기를 기독교인 손님들을 통해 너무 많이 들어서이고, 식당이나 카페 사장들은 지금 말씀드리고 있는 옆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식당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큰 소리로 떠들다가 음식이 나오면 갑자기 몇 분 동안이나 옆 테이블의 사람들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큰 소리로 기도하는 목사들 때문이랍니다. 


'무례한 기독교', '예의 없는 목사들'이란 별칭이 그런 경험을 겪은 시민들의 입에서 여기저기로 전파되는 한 앞으로도 전도하기는 그렇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여기에다 코로나-19 때의 교회의 자기밖에 모르는 반사회적인 집단이라는 멸칭과 큰 교회 목사들의 일탈행위까지 더해져 무례한 기독교는 우리가 크게 각성하지 않는 이상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개독교' (개 같은 기독교)나 '먹사' (먹는 것을 밝히는 목사나 전도사)는 사실 우리들의 잘못된 행실이 만들어낸 참 부끄러운 단어입니다. 


전에 김광채 교수님을 사무실에서 만나 담소를 나누고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교수님께서 사무실에서 미리 기도하셨고 식당에 가서는 밥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사실, 유럽의 기독교회들은 식사를 대접하는 사람이 초대받은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를 하여 영육간에 다 섬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식당이나 카페에 우르르 몰려가서 옆 테이블의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큰 소리로 대표 기도하는 일을 이제 그만 두십시다. 예의 바른 기독교, 우리가 만들어 보십시다.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고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으니 말입니다(신약, 고린도전서 13: 5). 우리 주님의 나라를 위하여, 우리 이웃의 평안을 위하여...

 

 

 

2024년 12월 2일 (월요일), 대한민국 인천에서 고창원 (https://gohchangwo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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